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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loter.net/archives/5709

[IT수다떨기]윈드리버의 미지리서치 인수를 보며

  도안구 2008. 09. 02 뉴스와 분석, 테크놀로지 |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대표주자인 윈드리버시스템스(www.windriver.com)가 국산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미지리서치(www.mizi.com)를 1600만 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가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번 인수와 관련해 윈드리버의 입장과 관련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

윈드리버 켄 클라인 CEO는 “위드리버는 모바일 단말기 시장을 리눅스 사업의 전략적인 성장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번 인수로 현재의 윈드리버의 여러 모바일 제휴단체들에 걸친 다양한 노력들과 미지리서치사의 모바일 전문기술 분야인 텔레포니, 기능이 풍부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멀티미디어 기능 구현 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or) 능력 등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인수를 통해 모바일 리눅스의 재능있는 인재들을 얻게 됐고, 특히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당사의 모바일 서비스 제공의 확장을 촉진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에 설립된 미지리서치는 현재 65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바일 시장에서 리눅스를 적용한 국내 선두주자 중 하나다.

IT 분야에서는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사를 제거하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새로운 고객과 새로운 분야로 손쉽게 진출하기 위해서도 진행된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여러 소비가전 시장 분야들이 리눅스로 그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추세이고, 이동성, 무선 연결성, 사용자 위치 추적에 기반을 둔 서비스, 기능이 풍부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그리고 빠르게 확장돼가는 모바일 에코시스템의 확장 보장과 함께 데스크톱에서 비롯된 유선 애플리케이션 활용 등 공통적인 기술요건에 근거한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윈드리버 입장에서도 최근의 글로벌 동향은 위기임에는 틀림없다. 윈드리버는 다양한 기기들에서 가동되는 임베디드 OS와 다양한 개발 툴들을 제공해 왔는데 이 시장이 앞서 밝힌 대로 리눅스와 윈도 등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기업체들도 독자적인 개발팀을 두기도 한다.

이번 인수합병을 지켜보면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경쟁력은 검증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판단이다. 이미 수많은 고객들이 국산 전문 업체들을 통해 프로젝트들을 수행한 바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산 전문 업체를 인수할 만한 국내 기업들이 없었느냐는 점이다. 글로벌 시대에 무조건 국산 업체들끼리 인수합병해야 할 아무런 명분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식경제부는 향후 신성장동력을 위해 전통적인 사업과 IT의 결합을 들고 나왔다. 그 분야의 핵심 중 하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뇌’에 해당하는 분야다. 그 뇌를 만드는데 10년간 한우물을 판 전문 업체의 가능성을 보는 눈이 왜 국내 업체에는 없고, 해외 업체는 있었을까? 왜 그랬을까?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자동차, 선박, 휴대폰을 비롯한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 등에 적용되는 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발을 위해 정신이 없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한 분야에 집중해온 전문 업체들을 인수합병하기보다는 여전히 ‘갑’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을, 병, 정’의 몇몇 인력들을 뽑아들이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

그간의 노력을 통해 쌓은 기술력을 인정하기보다는 핵심 인력을 몇명 뽑아 자사의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의 경우 국내는 물론 해당 지역의 전문 인력들을 뽑고 육성하는데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면서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이런 장기적인 전략을 취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는 여전히 하드웨어에 밀리고 있다. 물론 최근들어 소프트웨어의 가치에 눈을 뜨고는 있지만 없던 역량을 하루 아침에 쌓기는 불가능하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고를 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사업을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다.

한편, 미지리서치의 인수합병은 유사한 국산 업체들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삼고 나서 해외 시장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기록하면 언제든지 해외업체에 인수합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는데 무조건 상장을 하고 끝까지 가야한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IBM, HP, 오라클 같은 거대 IT 업체들의 약점을 보고 개발하는 회사들도 부주기수다.

국내 상황이 척박하다는 것은 IT 바닥에 있는 이들은 다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알고 있다면 또 다른 전략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해법이라고 볼 수 있다. 미지리서치가 더 큰 회사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척박한 상태계를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의 선택 또한 멋진 도전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자에게는 섭섭함과 뿌듯함을 모두 들게하는 그런 인수합병 소식이다.


Posted by 세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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